신정환이 지난달 말 필리핀에 입국 한 뒤 거액의 도박과 함께 방송 펑크를 냈다는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 저 친구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예계에 관심 있는 것도 아니고, 신정환에 대해서 아는 바도 거의 없지만 저렇게 할 수 있는 배짱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 남다르게 보였습니다.

신정환은 일주일에 2,500만원을 번다고 합니다. 25백만원이면 거의 대졸 초임 연봉에 버금가는 돈입니다. 즉 우리나라 보통의 성인들은 하루 8시간씩 일년 동안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신정화은 일주일만에 벌어 들이니 과연 대단한 친구인 것이지요.

신정환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 것은 단 며칠 사이에 그 거금을 베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탄스러운 것은 그가 방송활동으로 일주일에 2천5백씩 일년이면 13억원을 넘게 벌 수 있는데도, 서너개의 방송을 펑크내고, 그것을 걷어찰 수 있는 용기였습니다. 

직장인에게 '휴가'는 로망스입니다. 아둥바둥 일하다 일년에 딱 한번 겨우 사나흘 휴가를 받는 것이 이 땅에서 밥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처지입니다. 휴가비는 아마도 신정환의 100분의 1도 안돼는 금액이겠지요.

그런데 신정환은 어떻습니까? 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금액도 통 크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알려진 바로는 도박으로 거액을 잃고, 3억원 가량을 빚지고 있다고 하지요. 솔직히 신정환의 쿨함에 입이 떡 벌어졌고, 차츰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연예인도 인간일 것입니다. 아마도 그는 바보상자에 나와서 그 바보 상자를 쳐다보는 사람들을 위하여 하릴없이 깐쭉대기는 정말 죽기보다도 더 싫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 또 자기가 좋아하는 도박을 하기 위해서 바보상자에 출연해 왔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신정환은 2005년에도 도박을 하다 물의를 일으키고 컴백한 바가 있기 때문에 도박이 그의 방송활동에 미칠 파장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방송활동에 염증을 느껴오던 그가 이번에는 작심하고 연예인 생활을 청산하고자 필리핀 세부행을 택한 것일 거라고 말입니다. 

신정환이 이번에야말로 지긋지긋한 연예계를 떠나는 구나! 정말 잘 선택했다. 사직서를 품안에 넣고 다니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꾸역꾸역 출근할 수 밖에 없는 직장인들을 대변하는 구나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보도를 보니 좀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자신은 도박때문에 귀국 못하는 것이 아니라 "뎅기열 때문에 입원해 하루 15시간을 병상에 누워 있다"는 말을 듣고, 아 이 친구 쿨했던 것이 아니군, 역시 딴따라에 불과했구나. 자유를 찾아 떠난 것이 아니었구나……. 

신정환은 자신이 뎅기열에 감염되어 필리핀 ‘세부 닥터’ 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꽂고 치료를 받았다는 증거사진을 공개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신정환이라는 일개 연예인을 족치겠다고 필리핀까지 추적취재팀까지 보내는 언론들의 추태입니다. 개인 신정환이 설령 도박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처벌 받으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언론들은 마치 신정환이가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공인으로 착각한 모양입니다. 장관 후보자는 법을 어기든 말든 장관이 되고, 불법으로 수천억원을 챙긴 재벌들이 줄줄이 사면이 되어도  찍소리 안하던 언론들이 일개 연예인에게는 미친듯이 큰소리칠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 집니다.

바보상자를 열심히 보다가 모두들 뎅기열에 감염된 것이나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