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맥주 생각이 간절했었지요. 오늘 같은 날이면 동료들은 썰물같이 일제히 빠져 나가 버립니다. 제각각 마음맞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선술집 같은 곳에서라도 회포를 풀어야 각박한 세상을 견뎌 나갈 수가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즐겁게 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말입니다.

직장은 다니고 있지만, 거의 히키고모리나 다름없이 생활하는 나로써는 이런 날이 매우 난감합니다. 왜냐구요? 함께 마음을 터놓고 술잔을 나눌만한 그럴듯한 상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슴도치에게도 살 동무가 있듯이 유일무이한 친구, 하늘구름님은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친구를 유일한 친구란 뜻에서 '유친'이라고 부르기로 하지요. 아래는 유친과의 대화내용이입니다.

나 : 오늘 마치고 뭐할 건데?
유친 :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그리고 회식한다네. 왜?
나 : 그냥... 생각이 나서 그래... 회식을 자주하네...
유친 : 그러게...

유친에게 정작 왜 물어봤는지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술한잔 하자고 할 정도로 나 자신이 적극적인 성격도 되지 못하거니와, 조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동려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유친이 회식을 거절할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오늘 그 친구와 술한잔을 하고 싶었던 속마음은 나도 '세컨드 블로그'를 하나 만들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고, 팀블로거로써 세컨드 블로그를 운영하자고 조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그친구는 '유친'이었으니까요. 스킨도 '팀-뉴스페이퍼'를 선택했는데…….

혹시나 유친이 회식을 일찍 파하면 그 때에라도 맥주를 하며 이야기하고 싶어 기다렸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유친은 오늘도 역시 기대를 저버려서, 결국 짠한 마음을 접어야 했습니다.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닌데 매정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체념하면서 말입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팀블로그를 생각한 당초 의도와는 조금 어긋났지만 결과론적으로 세컨드블로그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세계에서는 친구를 못만들지만 사이버에서는 자신만 부지런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니까요.

블로그 하나도 제대로 운영 못하면서 또 왠 블로그? 하겠지만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블로그에도 어떤 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칭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던 터라, 특정 주제를 벗어나는 글은 올리기가 싶지 않음을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글도 아마 그 블로그에 올리면 늘 보아 오시던 분들은 생뚱맞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비록 현실에서는 유친 하나 뿐이지만, 그래서 오늘 같이 고독을 질겅질겅 씹을 수 밖에 없지만, 사이버 세계에서는 굳이 고독을 자처할 필요 없이 이렇게 근사하게(?) 세컨드블로그, 즉 유친을 만들 수 있으니 말입니다. 더욱이 세컨드블로그는 내가 원할 때 마다 이렇게 조건없이 거절하지 않고 친구를 해 주니까요…….

다만, 세컨드블로그로 인하여 더욱 더 히키고모리 성향이 강화되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되기는 하나, 편하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세컨드블로그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현실에서 바쁜 사람들은 이런 호사를 누릴 여유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어떠세요? 당신도 세컨드블로그 하나 만들 생각 없으세요?

* 그나저나 블로그 이미지를 넣어야 되는데, 적당한 게 없네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