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이 "소년을 위로해줘"로 5년만에 장편소설을 선보였습니다. 저는 오래전 은희경씨의 새의 선물을 처음 접하고선 그녀의 팬이 되었습니다.

  “나는 삶이 내게 별반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열두 살에 성장을 멈췄다”라고 냉소적으로 읊조리던 열두 살의 소녀 진희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후로 아내의 상자, 타인에게 말걸기,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마이너리그, 등 그녀의 작품은 하나도 빼놓치 않고 보게되었습니다. 이후로 조금 작품활동이 뜸해지긴 헸지만 항상 그녀의 신작이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했습니다. 드디어 고대하던 장편소설이 나오고야 말았습니다. ㅋ 얼른 책방으로 고고싱 해야겠습니다.

그녀의 책은 참 쉽고 잘 읽힙니다. 그리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있는 페이소스가 장난 아닙니다. 연애소설이면서도 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는 냉소적인 부분이 대부분입니다. 읽고나면 항상 뭔가를 생각하게 해줘서 참 좋습니다.

그녀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30대 중반의 어느 날, `이렇게 살다 내 인생 끝나고 말지` 하는 생각에 노트북 컴퓨터 하나 달랑 챙겨 들고 지방에 내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이중주>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자, 산사에 틀어박혀 두 달 만에 <새의 선물>을 썼다고 합니다. 저도 산사에 틀어박히면 그런 책 쓸수 있을까요 ㅋㅋㅋ 넘 부럽습니다. 

얼마전에 본 "참을 수 없는"이란 영화에서는 극 중 주인공인 추자현이 출판사에서 짤리고 난 뒤, 은희경을 좋아해서 자신이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은희경의 사진을 책상에 붙여놓고 폼만 잔뜩 잡다가.. 결국 은희경의 글을 외운 탓에 표절이 되어버리긴 하지만 영화에서 비록 사진이나마 은희경씨를 볼 수 있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 책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두가 길어졌습니다. 항상 지금 이런 기분으로 살고싶습니다.
설레이면서. 행복해 하면서..
Posted by 어린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