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허수아비춤을 읽었습니다. 마치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는 책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삼성을 생각한다'에서는 삼성에서 벌어졌던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일들이 실지로 벌어진 사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반해, 조정래 작가의 허수아비춤은 소설이라는 픽션이라는게 다를 뿐입니다.

그러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모습이나 불법상속, 차명계좌, 권력기관이나 공무원들에 대한 로비 장면, 그룹 전략기획실의 운영 형태 등등에서 삼성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글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왜 제목을 허수아비춤이라고 했는지 읽는 내내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데로 우스꽝스런 몸짓을 하는 허수아비의 춤처럼 우리 국민들은 기업들이 무슨 짓을 저질러도 기업이 잘 되어야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 그래서 그들이 무슨 짓을 해도 나라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에 관대하게 끌려다닌다는 뜻은 아닐지요..

'자본주의와 거리가 멀었던 2천여 년 전에 사마천이 사기에서 자기보다 열 배 부자면 그를 헐뜯고, 자기보다 백 배 부자면 그를 두려워하고 천 배 부자면 그에게 고용당하고, 만 배 부자면 그의 노예가 된다. 그러니 자본주의에서야 더 말해 뭘 해" - 본문 73p 

이 책에서는 남자들이 폭탄주와 관련된 천태만상과 여자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컷들만의 두가지 본능에대해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암컷을 보면 무작정 씨를 뿌리내리려고 하는 욕구 발동과 자기의 그것이 한사코 작다고 생각하는 성기 열등감이라고 합니다. 글을 읽다보니 너무 리얼해서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조정래 작가는 허수아비 춤을 쓴 이유를 두 가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재벌이 그렇게 하도록 방치한 우리가 모두 허수아비 춤을 춘 것이고 두 번째는 그런 재벌을 에워싸고 작태를 부리는 자들과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자들 간의 야합, 그런 형태를 허수아비 춤으로 만들어버리지 않고서는 우리의 미래가없는 뜻이다." 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돈 앞에선 사람이 이렇게나 하찮은 존재였던 것인지 정말 씁쓰레한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급 드는 날이기도 합니다. 님들 주말 잘 보내고 계시나요?

▲전남 승주 선암사 출생(1943) ▲동국대 국문과 ▲ ‘현대문학’에 단편 ‘누명’이 추천돼 등단(1970) ▲창작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 그 그늘의 자리’ ‘유형의 땅’ ▲장편소설 ‘대장경’ ‘불놀이’ ‘인간연습’ ‘오 하느님’ ‘허수아비춤’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현대문학상(1981) 대한민국 문학상(1982) 단재문학상(1991) 노신문학상(1998) 만해문학상(2003) 제1회 동리상(2003) 현대불교문학상(2006) 등 수상
Posted by 어린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