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레터스 투 줄리엣>를 심야로 보았습니다. 보통은 그냥 자겠지만, 그대로 침실로 직행하기엔 그들 사랑 이야기의 여운이 아직도 온몸을 휘감고 돕니다.

로맨스 영화는 늘 같은 스토리이지만 그래서 언제나 새로움을 안겨줍니다. 특히 <레터스 투 줄리엣>은 이탈리아의 고풍스런 배경과 귀여운 배우들의 속삭임들이 상큼하게 조화를 이룬 보기 드문 로맨스 영화입니다.

<맘마미아!> 한편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아만다 사이프리드(1985-12-03, 키 161.0cm)가 역시 소피가 되어 <레터스 투 줄리엣>의 로망스를 엮어 갑니다.


작가 지망생 소피(아만다 시프리드)는 약혼자 빅토(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와 이탈리아 여행을 가지만, 빅토는 어쩐 셈인지 약혼녀 소피를 혼자 내버려 두고 자기만의 볼일을 보러 다니기 바쁩니다(나쁜 자식!!!)

소피는 하릴 없이 혼자 베로나를 둘러보다 줄리엣의 하우스에서 우연히 50년 묵은 클레어(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편지를 발견합니다. 줄리엣의 하우스는 여성 여행객들이 줄리엣 앞으로 자신의 러브스토리를 편지에 써서 담벼락에 붙여 놓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클레어의 애절한 사연에 마음이 짠해진 소피는 클레어에게 답장을 쓰자, 놀랍게도 백발이 성성한 클레어가 그녀의 손자 찰리(크리스토퍼 이건)를 데리고 소피 앞에 나타납니다.

소피의 편지는 클레어 할머니에게 50년 전의 연인 로렌조를 찾아나설 용기를 주었고, 셋은 함께 로렌조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입니다.


연애를 많이 하신 분들은 짐작하시겠지만 클레어가 로렌즈를 찾는 동안, 소피와 찰리도 서로를 발견하게 되고 머뭇거리며 사랑을 싹틔우기 시작합니다.

용기 없는 찰리에게 백발이 성성한 클레어 할머니의 격려는 누구에게나 뭉클한 감동을 주며, 청춘남여들의 연애감정을 불끈 솟게 만듭니다.

“사랑을 얘기할 때 늦었다는 말은 결코 있을 수 없단다.”
“나처럼, 소피를 만나기 위해 50년이나 기다려서, 겨우 남의 집 대문이나 두드릴 테냐.”
(시기를 놓치면 74명의 로렌조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남여가 사랑에 빠져든다는 이야기는 너무 진부하여 거의 ‘연애공식’이나 다름없습니다. 로맨틱 영화들을 떠올려 보시면 아마 고개가 절로 끄떡여 질 것입니다.

그러나 낯선 여행지에 갔다고 해서 누구나 사랑을 꽃피울 수 있는 것은 아니듯이 로망스를 소재로 했다고 해서 그 영화가 로맨틱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레터스 투 줄리엣>은 잊지 못할 여러 장면들을 선사합니다. 잔디밭에 나란히 누워 소피와 찰리가 키스하는 장면, 유서 깊은 골목을 돌아다니며 나누는 시적인 대화들, 광장에서 장난치는 소피의 귀여운 모습은 연인의 감미로움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첫사랑을 50년 만에 다시 만나 기어이 사랑을 이루는 클레어의 사랑이야기는 그 흔한 ‘사랑’을 차분하게 돌아보게 하는 찡함이 있습니다(클레어와 로렌조 역을 맡은 두 노배우는 실제 부부라 더욱 정감 어립니다)


그에 못지않게 약혼자로부터 홀로 남겨진 소피가 새로운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 감정을 부드럽게 연기한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정말 뽀뽀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로 앙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여성관객이라면 여행지에서의 패션 아이템을 제안한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패션 스타일도 매력적입니다. 블랙 팬슬 스커트에 검정색 단추로 포인트를 준 심플한 화이트 셔츠를 가볍게 걸치고 골목길을 걷거나, 연보라색 슬리브리스 원피스에 선글라스를 쓴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만나면 누구든 사랑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섹시한 여성들의 공통점은 가느다랗고 길다란 손가락에다, 가슴까지 감싸는 웨이브.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신비는 은근한 섹시함에다 백치미를 가미한 것, 이 영화와 잘 어울리는 그녀만이 가질 수 있는 은근한 매력입니다(그녀가 열연한 <클로이>(2009)의 요부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특히, 웨이브 헤어스타일의 사이프리드가 상아색 원피스 위로 그 큰 눈망울을 해맑게 반짝이며 미소 짓고 있을 때는 로맨틱함이 절로 샘솟습니다.

관람 후, 하늘구름님과 포장마차로 고고씽! 소주잔을 기울이며, 음란한 걸음걸이로 지나가는 미니스커트 차림의 처녀들을 보며, 어둠이 뚝뚝 떨어져 깊이 페인 불면의 꿈을 서로 자축했습니다. 심야영화 뒤에 소주의 감칠 맛은 느껴 본 사람만이 아실 겁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OST ‘Love story’가 여전히 감미롭게 분주한 골목을 감싸고 있는데, 하늘구름님은 걱정스러운 듯 말합니다. “애인 생겨도 ‘빅토’처럼 이탈리아로 여행가지 마”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늘 사랑을 애타게 갈구하면서도 정작 찾기도 전에 먼저 잃어 버릴 것을 두려워하는 모양입니다. 불쌍한 하늘구름님…….

하늘구름님께 말했습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야서도 문을 두드리며 사랑을 찾아다닐 낭만이 남아 있겠어?” 오늘 밤은 낯선 여행지에서 소피와 사랑하는 꿈을 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의 시작과 그 끝남은 혹 같은 이름의 다름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깊은 새벽녘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