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란 책에 이인화씨의 영원한 제국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저의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랄까요. 책을 보다 보면 내용 중에 관련되는 또 다른 책이 나옵니다. 그러면 그 책을 찾아 다시 연결시켜서 읽어보는게 저의 책을 읽는 방식입니다.
별로 특이한건 아니고요.. 읽다 보니.. 나름 그런 방식도 괜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일본의 동양문고에서 우연히 취성록이란 책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모티브 삼아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지금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중이십니다. 초판본(1993년)이 나온지가 벌써 20년이 다 돼가네요. 이제서야 이 책을 읽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내용은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갇혀 죽게 한 뒤 이를 후회하며 읊었다는 소위 선대왕마마 금등지사와 관련된 사건입니다. 이를 가지고 노론을 궤멸하려는 정조와 이를 빼앗으려는 노론간의 갈등 그리고 그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주인공 이인몽의 이야기가 아슬아슬하게 펼쳐집니다.

이 일은 만 하루동안의 이야기가 긴박하게 흘러가고 있는데요 다 보고나면, 역사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듯한 느낌이 듭니다. 너무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정조가 금등지사를 손에 넣고, 독살되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과연 어떻게 변해 있을지 자뭇 궁금해 집니다.

우리는 그 '진보적'이라는 입헌 정치를 못해서 망한 것이 아니라 홍재유신, 즉 정조의 절대왕정을 수립하지 못해서 망한 것이다. 후진적인 여건에서 분발하여 자주적인 민족 국가를 수립했던 모든 나라는 절대주의 국가의 시기를 거친다. 대내적으로 강력한 통치 원리로 무장하고 대외적으로 자국의 국익을 배타적으로 주장하는 과도기가 필요한 것이다. 메이지 유신이있었기에 근대 일본이 있을 수 있었다. 일본이라는 근대 국가는 '고쿠다이'라는 절대왕정과 영국에서 수입한 의회주의 헌법으로 이룩되었다. 그리고 이후 80년간 후자보다 전자에 매달려 서구 열강의 압력과 싸워온 것이다. 

홍재 유신이 실패함으로써 우리 민족사는 160년이나 후퇴했다. 우리의 불행은 정조의 홍재 유신 대신, 박정희의 10월 유신을 경험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받은 것으로 현명한 왕법이 지배하는 절대왕정 대신, 조야하고 참혹한 개발 독재를 겪은 것이다.- 본문 266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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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린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