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제가 느끼는 만큼의 감동을 글로 표현하기가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가슴 속 느낀 이 커다란 감정들을 글로써 어떻게 표현해 내야 잘했다고 할지.. 많은 고민을 안고, 천명관의 고래를 리뷰해 보고자 합니다.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은 제게는 건너뛰기 힘든 유혹입니다. ㅋ 특히 소설은 제가 좋아하는 장르 중의 하나이고, 한번 필이 꽂힌 작가의 작품들은 거의 다 섭렵을 해야 직성이 풀리니까요. 곧 이 작가가 쓴 고령화 가족이란 작품도 제손에 들어올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듭니다. 

탁월한 문장과 숨쉬는 듯한 이야기, 기발한 발상과 해박한 지식, 걸출한 입담..신인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소설이었습니다. 이 작가에 대해 조금 알아보니,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써왔더군요...

그래서 그럴까요 상황에 대한 이미지의 묘사가 매우 생생하게 느껴졌었는데 아마도 그런 기질(?) 때문인지 꽤 두꺼운 책임에도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이것은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에 관한 귀납적인 설명이다. 즉 한 인물의 성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그 성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과연 금복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기적 같은 행운이 찾아 온 것일까? 아니면, 그런 행운이 찾아왔기 때문에 그녀가 주인공이 된 것일까?’ 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바깥에 존재하는 불경스런 질문이며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것처럼 까다로운 질문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적어도 금복의 행동을 설명할 수는 있게 되었다.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금복은 늪지대에 벽돌공장을 지음으로써 무모하고 어리석은 여자가 되었다.” - 본문 188p -

이 소설이 좀 특이하면서도 재미있다고 느껴졌었었던 것은 중간 중간에 "그것은 ~ 법칙이었다"(무조건반사의 법칙, 관성의 법칙, 유전의 법칙, 생식의 법칙, 거리의 법칙, 사랑의 법칙, 무지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거지의 법칙, 세상의 법칙, 진화의 법칙 등등)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정말 기가막힌 표현이라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암튼 이 소설속에 나오는 수십개의 이야기들은 한편의 판타지 같기도 하고, 예전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는 민담같기도 하고, 신화같기도 합니다. 이 작가의 천부적인 입담을 여러분도 한번 만나보시길 강추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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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