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말했습니다.
"석훈씨는 왜 존재감이 없어……."
그럴 만도 했습니다.
주위에서 나의 존재감은 찾아 보기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나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과 대면하는 것이 두려웠고,
누군가에게 말해야 된다는 것이 겸연쩍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말은 꼭 필요한 말만 했고, 눈은 마주치기를 꺼렸습니다.
주변에서 내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때 비로소 편안을 느꼈습니다.
즉 존재감 없는 것이 내 삶의 유일한 목표처럼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존재감이 없다는 말이 비수가 되어 꽂혔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존재감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말한 그 사람을 모리배라고 평소 벽안시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나는 나 자신을 뻔뻔하게 속이고 있었던 것일까요?
나도 소리치고 싶었던 것일까요. 
나 또한 권력을 욕망하는 인간이라고!

권력에 줄선 이들은 속이 텅빈 모리배일 뿐이라는 생각은 위선에 불과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존재감이 없다는 단 한 마디에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보면,
나는 모래성 위에 서 있었고, 포수의 눈을 피해 얼굴만을 땅 속에 파묻은 비둘기 꼴이었습니다.

나는 아직 내가 누구인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확신에 차 있는데, 나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나는 아직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목적의식이 뚜렸한데, 나는 두렵기만 합니다.

이 사회에서 생존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적합한 나의 유전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존재감이 없다'라는 말은 그런 의사표시였음을 희미하게 깨닫습니다.
급한 일 앞에서도 서두르거나 하지 않았으며, 무덤덤하기만 했습니다.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할 때도 과감한 결단을 보여주기는 커녕 잠잠하기만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남았는데,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존재감이 없다는 말이 부정적인 것인가에 대해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집니다. 
나는 참으로 존재감 없이 살고 싶은가에 대해서도…….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