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에세이 4001
그대안의 오솔길/북 리뷰 :
2011. 3. 24. 14:19
신정아씨의 자서전인 <4001>이 22일에 출간이 된 후 첫날 2만부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등 서점가에 돌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초판을 3천부정도 찍어내는데 비해 신정아씨의 책은 첨부터 5만부를 찍어내고 지금 또다시 재판에 들어가야 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문득 인터넷에서 유혹의 편지라고 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간에 주고받던 편지가 다시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읽어 보니 너무 글을 잘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로틱하면서도 재미있고 누구나 신정아씨와 관계를 맺으면 빠져나오지 못할 그녀만의 매력이 분명 있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의 내용은 2007년 당시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를 비롯해서 소위 신정아의 남자들로 불리우는 유명 인사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신정아씨가 이 책을 출판하게 된 저의가 뭔지..다소 의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수감생활 동안 혼자서만 당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니면 생활고 때문인지 그 속내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해 섣부른 판단은 어렵습니다만, 본인의 진성성을 보여주는 에세이라면 더 좋치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다음은 신정아씨의 편지글을 발췌했습니다.
전화하고 싶었어요. 낮부터요. 정오에는 우리 미술관에서 일하게 될 큐레이트랑 면담을 좀 하느라 바빴고 참 제가 얘기했던가요.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복원미술을 전공한 젊은 친군데 실력이 만만찮아요. 전공이 아니라 이쪽에서 일하는게 글쎄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경험삼아 큐레이트일을 좀 해보겠다해서 임시로 채용하게 되었거든요.
아무래도 곧 성곡을 떠날것 같기도 해서 제 뒤를 맡아줄 사람도 필요한 시점이구요. 우리 미술관에서 소장중인 조선중기 작품 몇점이 상태가 시원찮아 보관중인게 몇점있는데 그 친구에게 한번 맡겨 봐야겠어요. 미술품 복원작업은 한두사람 손을 거치는게 아니라 그 친구에게 전적으로 의지할수는 없지만 장비로 숨어 있는 손상부위도 찾아내야 하고 복원 부위를 정해 아주 디테일한 작업이 들어가야 하거든요.
작업이 끝나면 대중앞에 선보이기전에 당신께 제일 먼저 보여 드리고 싶어요. 당시의 풍속도이긴 한데 선비차림의 양반신분으로 보기 드물게 젖가슴을 풀어 헤치고 있는 아낙의 젖가슴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그림이예요 자세히 보면 선비도 바지를 허리춤까지 내려 있는걸 볼수 있어요. 풍속화라 하기에도 그렇고 그렇다고 춘화는 절대 아니죠. 예나 지금이나 다들 체면 차리고 살지만 가능하다면 아낙의 젖무덤 아니라 어디라도 여자라면 -그 여자가 그사람의 연인이라면 더 깊은 곳에 얼굴을 파묻고 하루를 나고 싶지 않을까요.
당신은 전설속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여걸 유디트손에 죽은 홀로페르네스처럼 나에게 성적으로 유혹당해 죽음에 가까운 정사를 한번 했으면 하셨지만 저는 빈 시내 남쪽에 있는 바로크 궁전 벨베데레에 소장된 클림트 그림 키스 처럼 두 남녀가 꼭 껴안고 성적 교감의 여명을 틀며 시작하는 정사를 당신과 꿈꾸고 있어요.
에로티시즘이 순간적인 육체의 환락이 아니라 영원으로 진입하는 일종의 관문처럼 순간적인 정사의 덧없음을 초월해 욕망의 숭고한 충족에 이르도록 노력한 클림트 처럼 숭고한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당신과 나누고 싶어요. 곱슬머리의 남자가 꼭 껴안은 여자의 더 없이 행복한 표정, 오르가즘 직전의 환희가 표현된 얼굴의 그 그림을 보면 저도 언젠가 그런 정사를 하리라 했죠. 그 남자가 내게 당신으로 다가왔다는걸 저는 본능적으로 느낄수 있었죠.
지난 가을 저의 미술관에 들렀던 당신을 본 순간 저는 부끄럽지만 클림트의 그림을 떠올렸죠. 그림속의 곱슬머리는 부드럽게 컬이 져서 넘어간 당신의 희껏한 머리로 대체되었고 나는 속옷옷을 입지 않고 화려한 노란 무늬의 긴원피스만 겉옷으로 걸치고 있었죠.
당신은 당시 중국현대작가 초대전을 관심있게 둘러 보셨죠. 내게 다가와 왕청의 작품에 대해 물어 왔을때 저는 알몸을 내 보인듯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상상이 아니더라도 당신은 충분한 성적매력을 지닌 남성이였죠. 두 번째 만남에서 당신이 남한강을 따라 드라이브만 하고 저를 저의 집앞에 내려 주셨을때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르셨을거예요.
키스라도 없었더라면 저는 체면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당신을 나의 아파트로 유인하여 죽음에 가까운 정사를 펼쳤을지도 몰라요.
저는 너무 뜨거워져 있었거든요. 키스? 뭐랄까 당신의 키스에서 저는 오월에 청보리가 익어가는 맛을 느꼈어요. 청보리 말이죠. 풋풋한 풀내음과 알곡이 영글때 풋알들이 껍질에 밀착되어 밀도가 촘촘해 지는 질감 그 모든 것이 당신의 키스속에 있었죠.
고백하지만 제가 예일에 다닐때 조금 사귀었던 의대생인 스티븐과도 나누지 못한 영적인 키스였어요. 당신도 그러셨잖아요. 정아는 자그마한 체구로 그곳 친구들에게 인기가 짱이였을거라구요. 스티븐은 아버지가 상원이였는데 저를 무척 좋아 했죠. 결혼도 생각했었지만 후후. 그랬더라면 당신과 나누고 싶은 숭고한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이룰수 없겠죠.
당신과 나는 앞으로 긴 길을 걸어갈거예요. 당신이 그 옷을 입으려 하실지 모르지만 첫 정사를 저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어요. 클림트에 나오는 남자가 입었던 황금색 가운 그리고 저는 비슷한 패턴의 쉬폰실크 원피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 키스씬으로 시작해서 클림트의 유디트1으로 끝나는 섹스말이죠.
have nice day 당신의 신다르크로부터.(저를 신데렐라라고 부르지 마세요 꼭요).
보통 초판을 3천부정도 찍어내는데 비해 신정아씨의 책은 첨부터 5만부를 찍어내고 지금 또다시 재판에 들어가야 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문득 인터넷에서 유혹의 편지라고 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간에 주고받던 편지가 다시 회자가 되고 있습니다.
읽어 보니 너무 글을 잘쓴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로틱하면서도 재미있고 누구나 신정아씨와 관계를 맺으면 빠져나오지 못할 그녀만의 매력이 분명 있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의 내용은 2007년 당시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를 비롯해서 소위 신정아의 남자들로 불리우는 유명 인사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신정아씨가 이 책을 출판하게 된 저의가 뭔지..다소 의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수감생활 동안 혼자서만 당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니면 생활고 때문인지 그 속내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해 섣부른 판단은 어렵습니다만, 본인의 진성성을 보여주는 에세이라면 더 좋치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다음은 신정아씨의 편지글을 발췌했습니다.
전화하고 싶었어요. 낮부터요. 정오에는 우리 미술관에서 일하게 될 큐레이트랑 면담을 좀 하느라 바빴고 참 제가 얘기했던가요.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복원미술을 전공한 젊은 친군데 실력이 만만찮아요. 전공이 아니라 이쪽에서 일하는게 글쎄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경험삼아 큐레이트일을 좀 해보겠다해서 임시로 채용하게 되었거든요.
아무래도 곧 성곡을 떠날것 같기도 해서 제 뒤를 맡아줄 사람도 필요한 시점이구요. 우리 미술관에서 소장중인 조선중기 작품 몇점이 상태가 시원찮아 보관중인게 몇점있는데 그 친구에게 한번 맡겨 봐야겠어요. 미술품 복원작업은 한두사람 손을 거치는게 아니라 그 친구에게 전적으로 의지할수는 없지만 장비로 숨어 있는 손상부위도 찾아내야 하고 복원 부위를 정해 아주 디테일한 작업이 들어가야 하거든요.
작업이 끝나면 대중앞에 선보이기전에 당신께 제일 먼저 보여 드리고 싶어요. 당시의 풍속도이긴 한데 선비차림의 양반신분으로 보기 드물게 젖가슴을 풀어 헤치고 있는 아낙의 젖가슴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그림이예요 자세히 보면 선비도 바지를 허리춤까지 내려 있는걸 볼수 있어요. 풍속화라 하기에도 그렇고 그렇다고 춘화는 절대 아니죠. 예나 지금이나 다들 체면 차리고 살지만 가능하다면 아낙의 젖무덤 아니라 어디라도 여자라면 -그 여자가 그사람의 연인이라면 더 깊은 곳에 얼굴을 파묻고 하루를 나고 싶지 않을까요.
당신은 전설속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여걸 유디트손에 죽은 홀로페르네스처럼 나에게 성적으로 유혹당해 죽음에 가까운 정사를 한번 했으면 하셨지만 저는 빈 시내 남쪽에 있는 바로크 궁전 벨베데레에 소장된 클림트 그림 키스 처럼 두 남녀가 꼭 껴안고 성적 교감의 여명을 틀며 시작하는 정사를 당신과 꿈꾸고 있어요.
에로티시즘이 순간적인 육체의 환락이 아니라 영원으로 진입하는 일종의 관문처럼 순간적인 정사의 덧없음을 초월해 욕망의 숭고한 충족에 이르도록 노력한 클림트 처럼 숭고한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당신과 나누고 싶어요. 곱슬머리의 남자가 꼭 껴안은 여자의 더 없이 행복한 표정, 오르가즘 직전의 환희가 표현된 얼굴의 그 그림을 보면 저도 언젠가 그런 정사를 하리라 했죠. 그 남자가 내게 당신으로 다가왔다는걸 저는 본능적으로 느낄수 있었죠.
지난 가을 저의 미술관에 들렀던 당신을 본 순간 저는 부끄럽지만 클림트의 그림을 떠올렸죠. 그림속의 곱슬머리는 부드럽게 컬이 져서 넘어간 당신의 희껏한 머리로 대체되었고 나는 속옷옷을 입지 않고 화려한 노란 무늬의 긴원피스만 겉옷으로 걸치고 있었죠.
당신은 당시 중국현대작가 초대전을 관심있게 둘러 보셨죠. 내게 다가와 왕청의 작품에 대해 물어 왔을때 저는 알몸을 내 보인듯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상상이 아니더라도 당신은 충분한 성적매력을 지닌 남성이였죠. 두 번째 만남에서 당신이 남한강을 따라 드라이브만 하고 저를 저의 집앞에 내려 주셨을때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르셨을거예요.
키스라도 없었더라면 저는 체면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당신을 나의 아파트로 유인하여 죽음에 가까운 정사를 펼쳤을지도 몰라요.
저는 너무 뜨거워져 있었거든요. 키스? 뭐랄까 당신의 키스에서 저는 오월에 청보리가 익어가는 맛을 느꼈어요. 청보리 말이죠. 풋풋한 풀내음과 알곡이 영글때 풋알들이 껍질에 밀착되어 밀도가 촘촘해 지는 질감 그 모든 것이 당신의 키스속에 있었죠.
고백하지만 제가 예일에 다닐때 조금 사귀었던 의대생인 스티븐과도 나누지 못한 영적인 키스였어요. 당신도 그러셨잖아요. 정아는 자그마한 체구로 그곳 친구들에게 인기가 짱이였을거라구요. 스티븐은 아버지가 상원이였는데 저를 무척 좋아 했죠. 결혼도 생각했었지만 후후. 그랬더라면 당신과 나누고 싶은 숭고한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이룰수 없겠죠.
당신과 나는 앞으로 긴 길을 걸어갈거예요. 당신이 그 옷을 입으려 하실지 모르지만 첫 정사를 저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어요. 클림트에 나오는 남자가 입었던 황금색 가운 그리고 저는 비슷한 패턴의 쉬폰실크 원피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 키스씬으로 시작해서 클림트의 유디트1으로 끝나는 섹스말이죠.
have nice day 당신의 신다르크로부터.(저를 신데렐라라고 부르지 마세요 꼭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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