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 참사, 그리고 원전 폭발 보도까지 겹쳐 일본에 대해 안 좋은 소식만 들리는 이때, 오쿠다 히데오의 꿈의 도시란 책까지 읽게 되서 찜찜한 기분을 쉬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간 오쿠다 히데오의 재미난 책들을 읽어낸 후라 기분좋게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일본 사회의 모순을 아주 실랄하게 이야기 한 것 같아 맘이 무겁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모습들이 조만간 일어날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듯 해서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듭니다.

물론 소설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만, 완전 허구라고 보기엔 일본 사회의 실상들이 매우 가슴에 와닿습니다. 세 개의 군이 합병한 인구 12만의 지방 신도시, 유메노. 원대한 꿈을 안고 탄생했지만 실상은 전혀 꿈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암울한 도시에서 각자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다섯 명의 시민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신도시가 되면서 급증해 버린 생활보호비 수급자를 줄여야 하는 부서에 배치된 공무원 도모노리, 이혼한 처지에 매일같이 케이스들과 실랑이를 벌이다보니 삶이 다 짜증나고 지루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상류생활로의 진입을 꿈꾸며 도쿄 대학 진학을 꿈꾸는 평범한 여고생 후미에, 전직 폭주족 출신이면서 같은 폭주족 출신들이 모인 회사에 들어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기 세일즈를 하는 젊은 남자 유야, 유일한 대형마트인 드림 마트의 보안요원이면서 이혼하고 팍팍한 삶의 의미를 사이비 종교 사슈카이에서 얻은 중년 여인 다에코, 아버지부터 이어내려온 정치가 집안이자 엄청난 재력까지 등에 업고 있는 재력가 시의원 준이치, 이 다섯 사람의 이야기가 교대로 흘러가는데, 어쩌면 이리도 우울한 삶을 살고 있을까 싶다가도 그 모습이 딱히 낯설지가 않아 보입니다. 

630페이지에 달하는 무척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히는 속도가 빠릅니다. 그만큼 몰입도도 높고 현실태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재미있습니다. 우울한 현대도시의 모습을 그리고, 느끼게 한 오쿠다 히데오의 <꿈의 도시> 강추합니다.

"낯선 사람들이 격려해주었다. 필사적인 성원이 귀에 와 닿았다. 내내 잊고 있던 인간의 다정함이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런 고마움을 좀 더 일찍 느꼈더라면 좋았을 텐데. 빛이 비쳐들었다." (본문 중에서)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