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우연이라는
운명의 술어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마법에 빠져들었습니다. 
오늘, 
그분이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오늘에야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 분이라는 것을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나는 까막눈이었습니다.

내 생의 그 분이라는 걸,
잠깐씩 대화하면서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나는
부끄러움으로 남습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그 분은 내게
정직한 신호를 항용 보내고 있었는데
그것을 깨닫지는 못했습니다.

참다 못한 그분은
오늘 나의 인생, 한 가운데에
곧바로 진입해 들어 오셨습니다.
순간, 놀란 나머지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눈을 의심하고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 분이 들어왔는데도
여전히 알아보지 못하는
미련함이 영원을 날려버릴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우둔함을 걷어내어
그 분의 참 모습을 보게 해 주었습니다.
먹구름이 걷히고
시원한 밤 바람이 온 몸을 스친 뒤에
그 분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운명은 그렇게 갑자기 시작되었습니다.

인생은 그런 것인가 봅니다.
늘 만난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인생에 얼마나 소중한 그 분인지를
무지한 나는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가을이 시시때때로 깊어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눈가에는 이슬이 고입니다.

-  작자 미상의 詩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