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도 머리를 깎으려면 미용실에 가는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된지 오래입니다. 주위에 이발소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용실에 갈 때는 어렸을 적 다니던 이발소가 가끔 생각납니다. 아저씨의 서걱거리던 가위소리가 귓전을 맴돌곤 합니다. 

대개 한달에 한번 정도 미용실에 가니까 미용실 아가씨는 자주 만나보는 사람에 속합니다. 주기적으로 만나니까 손님에게 나타난 변화를 잘 알아채는 것 같습니다.

머리카락은 하루에 0.2-0.5mm 정도 자라니, 갈 때마다 6-15cm의 머리카락을 짤라내는 셈이네요. 머리카락은 낮보다는 밤에 더 잘 자라고, 식물처럼 가을, 겨울보다 봄, 여름에 성장이 빠르다고 합니다.

또한 모발은 습도와 온도에 민감하고, 호르몬이나 일광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몸이 좋지 않을 때는 모발에도 그 영향이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미용사가 쉽게 그걸 알아채는 것을 보면요.

예전에 미용실은 금남의 구역이었는데, 요즈음은 미용실에 남자가 가도 별 꺼리김이 없는 것 같습니다. 머리를 깎고 있을 때, 중년부인 하나가 팬티스타킹을 사와서는 거울에서 약간 비켜난 소파에서 스타킹을 싣었습니다.


그 중년부인은 자신의 갈아 입는 모습이 거울에 비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거울에는 팬티스타킹을 갈아 입고 있는 그녀의 다리가 살짝 살짝 비쳤습니다. 제 머리 손질을 하던 미용사도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였습니다. 덩달아 저도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애매해졌습니다.

팬티 스타킹을 다 입은 중년부인은 혹시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지 저에게 묻는게 아니겠습니까. 처음보는 중년부인이 등산에 초대하겠다는 말에 놀라, '무릎이 좋지 않아' 요즈음은 가지 않는다고 얼떨결에 답하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말산행을 다녀온지도 참 오래되었습니다. 지금쯤 산에는 오색 단풍이 들었을까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