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밤비 내리고 있습니다. 시월이 시작되었고 밤비가 내리니 더욱 가을 감성에 젖어듭니다. 오늘 하늘구름님과 줄리아 로버츠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고 왔습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자전적 에세이집『먹고 기도하라 사랑하라』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여행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간 여행다운 여행을 한 적이 없는 저로선 당연히 눈길이 갔습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일상에 매몰되어 있던 결혼 8년차 여행 저널리스트 리즈(줄리아 로버츠)가 이혼을 하고 자아를 찾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와 인도의 아쉬람, 그리고 발리를 여행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세개의 컨셉으로 이루어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로마에서는 먹는다는 것(혹은 섹스)의 달콤한 게으름을, 아쉬람에서는 명상의 즐거움을, 발리에서는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


줄리아 로버츠의 상대로 남편역 빌리 크루덥과 젊고 섹시한 배우역 제임스 프랑코, 여행지에서 만난 남성역 하비에르 바르뎀이 출연하지만, 줄리아 로버츠의 도드라진 존재감으로 세 남성은 배경에 불과하다 할 정도로 미미하게 느껴졌습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영화속에서 어찌나 스파케티와 피자를 맛있게 먹던지, 영화가 끝나자마자 하늘구름님과 저는 곧장 고기집으로 향했을 정도니까요! 덕분에 지리산흑돼지와 항정살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지요. 삼겹살에 빠질 수 없는 소주와 맥주는 말할 것도 없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하늘구름님이 말했습니다. 여행 저널리스트이었으면 참 좋겠다고, 그래서 로마의 열정에도 취해보고, 아쉬람의 명상에도 빠져보고, 발리섬에서 낭만적인 사랑도 해보고 싶다고 말입니다.

리즈가 왜 이혼을 선택하게 되는지, 그리고 남자가 아닌 자아를 찾아나선 그녀가 결국 남성의 품에 안긴다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스토리에는 공감할 수 없었지만, 그래서 영화적 완성도는 미미했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그러나 그 소중함을 좀처럼 체득하고 있지 못하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주었습니다. 2시간 20분 동안 줄리아 로버츠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영화 외적인 즐거움입니다.

인생은 다 그런 것이 아닐까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