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엠마 도노휴의 소설인 『룸』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났던 충격적인 밀실 감금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소설입니다.

혹시 여러분 기억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친부가 24년 동안 친 딸을 지하실에 감금해 7명의 아이를 낳은 것으로 드러나 전 세계를 경악하게 한 사건말입니다. 정말 지금 들어도 끔찍하고 엽기스럽습니다.

첨에 이런 엽기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해서 작가의 표현이나 내용적인 면에서 막연히 잔인하고 끔찍스러울 거란 생각에 손에 쉽게 잡히지 않더군요. 그러나 의외로 작품은 성관계 묘사도 거의 없고, 평범한 일상이 그려지는 가운데 오히려 그들의 생활이 슬프고 가슴잔잔한 아픔이 느껴집니다. 

이 책은 납치자인 올드 닉과 피해자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한번도 방 밖으로 나간 적이 없고, 오직 방 한칸과 엄마, 방안의 물건들만을 현실로 알고 자라난 다섯 살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방에서 탈출한 뒤에도 바깥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고, 오히려 엄마에게는 세상의 몰이해와 주목을 견디면서 자기자신을 다시 찾는 고통스러운 과정과 어린 잭 역시 거대한 바깥 세상을 새로이 배워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견디게 해주는 것이 엄마와 아이의 서로에 대한 사랑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잭은 엄마의 손을 이끌고 방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매일 밤 잠들기 전 친구들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건넷 듯, 방을 향해 따뜻한 작별의 말을 던집니다. "안녕 방아" 이 한마디에 책을 덮은 뒤에도 긴 여운이 남습니다. 감동적인 소설입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