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그대안의 오솔길/가슴으로 읽는 시 :
2010. 12. 5. 00:45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
시인은 1959년 태어나 시 '아침'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했습니다.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한 시인은 '시인은 전쟁이 나도 다락방에서 사랑의 시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애매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명상의 세계에 빠진 시인의 언어는 익숙함 속에 깃든 낯선 세계를 우리들에게 나즈막하게 속삭이고 있습니다.
포퓰리즘과 도피적인 신비의 세계에 빠진 시인의 언어들이 탐탁치 않다 여겼습니다.
승려 성철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고 했습니다.
시인은 물 속에 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시인의 언어는 치열하지 못한 도피적인 언어유희로만 읽혔습니다.
물은 물이지 물 속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 생각했습니다.
여기 이 곳이 아닌, 자꾸만 다른 세계로 미끄러져 들어가려는 시인의 마음을 공감할 수 없었는데,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가 내 안의 나를 흔들고 있음을 미세하게나마 가끔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은 알도 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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